daydream 2008.01.17 11:54





꿈의 모서리가 뭉툭해지는 날은 올까 

   
정 영 선 




강진 옛 가마터를 빠져나온 도자기 파편 하나
깨어졌음에도 아직 이름을 달고 있다
'청자상감운학무늬병편'
흙 속에 파묻힐 때 이름도 묻혀
넓은 그늘의 나뭇잎을 틔울 생각에 겨웠을 그
다시 햇빛 속으로 끌려나와
조각난 구름을 타고 날개가 잘린 새가 절름거리는
부서진 몸에 다시 담은 완전에의 꿈
처음 도공은 꿈을 살았으나
나중 꿈이 도공을 살았으리
어떤 천형을 받은 것들은 제 꿈 아니면
남의 것을 덤벙 덮어쓰고 평생 앓는 것을 알겠다
절름거리는 저 새가 실어 나르는
꿈꾸는 자는 죽어도 대대로 살아남는 꿈
올라타고 갈 자를 찾고 있다
고삐를 조일 자를 찾고 있다
꿈에 시달려본 자만이 아는 통증으로
파편의 모서리가 내 가슴을 찌른다
찔리면서도 한 발짝을 꿈 밖으로 나갈 수 없는
내 꿈의 오리무중을
유리 진열장 속에서 울음을 반짝이는 저 파편이 꿰뚫는다

서 있는 것들이 모두 꿈의 무게로 휘청거린다


     
 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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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cloze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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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 Addr  Edit/Del  Reply Favicon of http://blog.daum.net/truewriter BlogIcon true

    전영선이라는 분은 처음 들어보는데
    참 좋네요.
    꿈을 파편이 뚫는다,니..
    굉장히 쓰라릴것 같습니다...ㅠ

    서 있는 것들이 모두 꿈의 무게로 휘청거린다.

    당분간 읇조릴 문구네요^^

    저는 꿈때문에 절룩거리고 있는...ㅡ.ㅡ

    또 올게요~^^

    2008.01.17 14:31
  2.  Addr  Edit/Del  Reply Favicon of http://www.fantasticlara.net BlogIcon 섬연라라

    곰곰히 읊조리며 감상하게 되는 시네요.
    저도 평생 (꿈의) 무게 조절에 실패해온 거 같아요. /후우

    2008.01.18 18:36
  3.  Addr  Edit/Del  Reply Favicon of http://hermes.wo.tc BlogIcon Яа†цĸ¡εℓ ωαℓκεr 卍

    이래저래 꿈에 시달리는건지 0_0

    2008.01.19 13:37
    •  Addr  Edit/Del Favicon of https://clozer.tistory.com BlogIcon clozer

      어쩐지 지금은 잠시
      시달릴 꿈조차 잃어버린 것 같아서
      당황스러워요. ㅠ

      2008.01.19 16:13 신고
  4.  Addr  Edit/Del  Reply Favicon of https://gowithme.tistory.com BlogIcon gowithme

    그래도 삶에 얹혀진 꿈의 무게로 인하여
    그나마 삶이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.

    2008.01.21 20:06 신고